특허 청구항에 순서가 없어도 단계대로 해석해야 할까?
암시적 순서(Implicit Ordering) 원칙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암시적 순서 원칙이란, 청구항의 구성 요소에 단계 수행 순서가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언의 구조나 기술적 필요성에 따라 특정 순서가 요구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원칙입니다. 특허 청구항에 단계의 수행 순서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실무상 중요한 쟁점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순서 제한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이 원칙에 따라 특정 순서가 요구되는지 여부는 침해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최근 미국 연방특허법원은 암시적 순서 원칙에 따라 특허 청구항 내 구성요소는 단계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Sound View Innovations, LLC(이하 ‘원고’)는 ‘213 특허의 권리자로, 스트리밍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네트워크에서 효율적으로 캐싱·전송하여 지연을 감소시키는 기술에 관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특허 수익화 전문기업(NPE)입니다. Hulu, LLC(이하 ‘피고’)는 제3자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의 엣지 서버를 활용하여 스트리밍 비디오 온디맨드 서비스(이하 ‘SVOD’)를 제공합니다. 원고는 2016년 피고에게 ‘213 특허를 포함한 총 6건의 특허에 대한 침해를 통지한 후, 2017년 6월 2일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방법원에 침해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후 분쟁이 진행되면서 ‘213 특허 청구항 16만이 유일한 쟁점으로 남았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SVOD 서비스가 해당 청구항에 대한 균등 침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피고는 법원에 ‘213 특허의 청구항 16에 대한 비침해 확인을 구하는 약식판결을 청구하였습니다. 연방지방법원은 균등 침해가 성립하려면 청구항 16의 다운로딩과 리트리빙(채우기)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데이터 저장소(buffer)와 실시 제품의 cache가 유사한 개념이어야 하는데, 명세서상 다른 개념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원심이 buffer의 의미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 없이 비침해 약식판결을 내린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이를 파기·환송했는데요. 파기환송심에서 연방지방법원은 buffer가 단순히 임시 저장공간을 의미하는 통상적·일반적 용어가 아니라 명세서와 청구항 구조에 의해 특정 기능적 특성을 갖는 저장공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청구항 16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구성요소는 단계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청구항 해석 결과를 전제로 다시 피고의 비침해 확인 약식판결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이후 항소심에서 연방특허법원은 원심의 buffer 해석에 대해 오류라고 보았으나, 구성요소의 단계적 수행 해석은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두 번째 청구항 해석만으로도 비침해가 인정된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 해당 판결은 암시적 순서 법리가 단계들이 나열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론 순서 제한이 인정되지 않고, 논리적 필연성이나 기술적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됨을 보여줍니다. 또한 선행기술 극복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발명의 범위를 좁히는 표현 사용을 지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출처: 한국지식재산보호원>